北韓 동향

'비핵화 로드맵' 고심하는 김정은, 그 앞에 놓인 인센티브들

석천선생 2019. 9. 26. 18:18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the300]국제무대 데뷔, DMZ 평화지대, 남북경협, 한미훈련 연기 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기회를 살려 '비핵화 로드맵'을 결단하고 국제무대 데뷔, 실질적 안전보장 조치 등의 실익을 얻을 수 있을까.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3박5일 동안의 미국 뉴욕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등의 일정을 가지며 미국 측의 제3차 북미 정상회담 의지를 확인한 게 최대 성과다.

미국 측은 근본적 태도변화(transform, 트랜스폼)를 거론하며 향후 북측과의 협상 방향을 예고했다. 기존의 방식(리비아식 일괄타결)을 고수하지 않고 북측이 원하는 단계적 해결 방식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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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6월30일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06.30.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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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안은 '로드맵'을 '빅딜'로 삼고 그에 따른 시간표에 맞춰 비핵화 조치와 체제보장 조치를 단계적으로 교환하는 방식이 예상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남북미 3국 간 인식하고 있는 비핵화 최종단계(end state)에 차이가 없음을 언급하며 '로드맵'에 힘을 준 이유다.

한미가 이같은 협상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김 위원장에게 "함께 하자"고 촉구하는 모양새가 형성됐다. 하지만 핵을 매개로 벼랑끝 전술을 펴온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로드맵을 결단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핵 리스트 제출, 핵 반출 등의 과정까지 약속해야 하기 때문.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 '하노이 노딜' 당시 영변 핵시설의 폐기만 카드로 마련했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퇴짜를 맞았다. 영변 핵시설 폐기와 핵심 경제제재의 전면 해제를 요구했던 기존 입장에서 '플러스 알파'를 내놓아야 협상이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한미는 각종 인센티브를 언급하며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일단 김 위원장이 비핵화 로드맵을 확정하고, 미국과 담판을 조기에 끝낼 경우 당장 오는 11월말 부산 한-아세안(ASEAN·동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게 가능하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이 함께해 남북 교량국가 비전에 힘을 보탤 경우, '하노이 노딜' 이후 흔들렸던 자신의 대내외적 위상이 한 단계 더 격상될 수 있다. '경제 총력'와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노리는 김 위원장에게 매력적인 카드인 셈이다.

DMZ(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를 통한 안전보장 역시 힘을 받게 된다. 문 대통령이 이번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공개적으로 제안한 사업이다. 한국과 북한의 사이에 놓인 DMZ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고 국제기구를 유치하는 것은 국제사회가 북측의 안전을 어느 정도 보장해주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재가 단계적으로 해제된다면 DMZ를 통한 관광수입까지도 노릴 수 있다.

지난 '하노이 노딜'로 인해 무산됐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재개도 가시권에 들어온다. '비핵화 로드맵'의 입구에 위치한 영변 핵시설 폐기의 대가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사업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미가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고 제재가 일부 완화되기 시작한다면, 언제든 남북경협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달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북측이 가장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한미 연합훈련의 축소 및 연기 역시 김 위원장의 '결단'에 달렸다. 비핵화 로드맵이 약속한 대로 진행되는 동안에는 한미 연합훈련을 잠정 중단할 수 있다는 점을 실무협상을 통해 명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대해 무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