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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기술 개발한 기업 몸값, 한국은 500억원 미국은 1조원

新소재,新 과학

by 석천선생 2017. 7. 31.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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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흔 기자 입력 2017.07.31. 03:

[4차 산업혁명, 이미 현실이 된 미래] [7·끝] 낡은 규제가 기업의 싹을 죽인다
- 유전자 활용도 원격진료도 불법
美서 침 한방울로 질병 알아낼때 한국선 법에 막혀 다이어트용으로
원격진료 제품선 원격진료 빼.. 자율주행차·드론 택배 '거북이'
국가경쟁력 26위, 규제는 105위..우버처럼 판 바꾸는 사업 못나와

바이오 벤처 네오팩트가 개발한 스마트 재활 글러브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정보기술) 전시회인 CES 2017에서 가장 멋진 제품 14종에 선정됐다. 이 제품은 손이 마비된 환자들의 재활을 돕는 장갑 형태 기기다. 손에 끼고 다양한 손동작을 취하면 기기에 장착된 센서에서 손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하고 원격진료까지 가능하다. 이 제품은 현재 미국에서 일반 소비자 대상 판매에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병원 납품 위주로 판매되고 있고 가정용 제품은 원격진료 기능을 쏙 뺀 채 인증을 기다리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국선 원격진료가 불법이라 아예 제품 스펙을 바꿨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전 세계가 뛰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낡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기술력이 뛰어난 스타트업들이 아예 터전을 미국이나 일본으로 옮기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이광호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 기술규제연구센터장은 "원격진료와 자율주행차, 바이오 분야, 핀테크 등에서 미국과 일본은 경쟁적으로 규제를 풀고 있는 반면 우리는 낡은 규제가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면서 "규제로 우리 미래 성장 동력이 꺼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발목 잡는 규제

정부가 스타트업이 개발한 서비스를 베끼기도 한다. 벤처기업 짚코드는 10여 년 전 이사 갈 때 통신업체와 은행, 카드사, 백화점 등에 등록된 주소를 한꺼번에 바꿔주는 주소 일괄 변경 서비스를 개발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금융감독원이 동일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나종민 대표는 "어렵게 기술을 개발해 막 사업이 안착되는 시점에서 절반 가까운 제휴사를 순식간에 잃어버렸고 월 이용자도 10만명에서 3만여 명으로 급감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의 항의에 이어 미래창조과학부까지 나서서 '금감원 서비스가 민간 영역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비판이 쏟아지자 금감원은 올해 1월 은행연합회가 설립한 한국신용정보원으로 사업을 이관해 서비스를 계속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공짜 서비스에 밀린 짚코드는 현재 직원 인건비도 못 주는 형편이다. 장윤종 한국산업연구원 4차산업혁명연구부장은 "벤처가 정부를 상대로 경쟁을 하면 상대가 되겠느냐"며 "정부가 이런 식으로 벤처에서 개발한 기술이나 서비스를 잠식해서는 창의적인 기술 기업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4차 산업 시대를 대비해 지난해 발의한 '규제프리존특별법'은 국회에 계류된 채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용 테스트 베드를 구축하고, 운행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이 골자다. 작년 9월 자율주행차 규제프리존으로 지정된 대구시는 파리만 날리는 상황이다. 반면 미국은 각 주(州)가 무인차 시장의 허브(hub·중심)가 되기 위해 규제 완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애리조나주는 운전자 탑승 없이도 무인차 테스트를 할 수 있게 주법(州法)을 개정해 웨이모, 우버, 인텔 같은 무인차 개발 업체들을 끌어모았다. 미시간주는 아예 무인차 판매까지 가능하게 법을 고치고 있다.

◇규제 경쟁력은 낙제점 수준

세계경제포럼(WEF)이 전 세계 국가 경쟁력과 규제·혁신을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 경쟁력은 2016년 138국 중 26위였지만 정부의 규제 경쟁력은 105위였다. 말 그대로 규제가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황보윤 국민대 글로벌벤처대학원 교수는 "우리의 경제 규모나 기술 수준은 이미 대학생 수준으로 성장했는데, 규제는 여전히 초·중등학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경제성장기에 만들어진 규제 방식과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새로운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서는 규제 기관의 승인부터 받아야 하는 오랜 관행을 없애지 않으면 혁신 기업이 등장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LG전자 연구원 출신으로 실리콘밸리에서 뇌 관련 바이오벤처를 설립한 이구형 박사는 "미국에서 규제는 신기술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뒤 등장하는 반면 한국은 신기술의 사업화에 앞서 규제 기관의 승인을 먼저 받아야 한다"며 "많은 스타트업이 규제 장벽을 뛰어넘기 힘들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도 포기하는 사례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에어비앤비나 우버같이 판을 바꾸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등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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